회고/우아한테크코스

서비스 제공자의 시각으로 살아가기

시작


문을 열고 나오면 부쩍 쌀쌀해진 공기가 피부로 느껴진다. 옷이 한 겹씩 늘어날 때마다 올해도 점점 끝이 다가오는 것 같다. 요즘 입을 옷을 꺼내놓으면서 올해 초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. 그때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였기에 차마 얇게는 입고 다니지 못했었다. 꿈만 같았던 합격 날의 기쁨도 아직 가시지 않았었다. 나는 그토록 이곳에 왜 오고 싶어 했을까? 다시 떠올려본다.

 

 

기술이 필요했다.

창업을 하면서, 내가 고민한 결과물로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. 책의 작은 오타가 혹시나 학생의 시험에 영향이 가진 않을지, 배송 중 책이 조금이라도 손상되어 글씨가 잘 안 보이게 되면 학생이 다른 글씨로 오해하진 않을지 학생의 시점에서 항상 고민했다. 그동안 소비자로 세상을 보던 시각이 서비스 제공자의 시각으로 바뀌게 되었다. 더 많은 사람에게 지금보다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이 생겼다.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.

 

 

지금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.

언제나 개발할 때 내 모든 판단의 기준은 서비스를 사용할 사용자이다. 우아한형제들 CEO 범준 님의 말씀 중 정말 와 닿았던 말이 있다.

"고객을 위해서 내가 짠 코드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."

말은 쉽지만 개발자로서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. 물론 고객이 직접 "이 코드 버려!" 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. 범준님 말씀의 진짜 뜻은 우리가 무엇을, 누구를 위해 개발을 하는 가를 계속 생각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. 서비스가 만들어진 계기는 분명히 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. 모든 요구사항을 기술적으로만 풀어낼 필요는 없지만, 적어도 "이 요구사항은 코드가 많이 바뀔 것 같아 못할 것 같아요." 라는 말은 나오지 않아야 한다.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위해서 내가 짠 코드, 설계가 많이 바뀌게 된다면 흠칫 정도는 할 수 있겠지. 하지만 그뿐이다. 언제든지 고객을 위해 내 코드를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.

 

 

가까운 곳에 있는 사용자

잘 생각해보니 내 주위에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있었다. 내 코드를 읽고 사용하게 될 동료들이 이미 주변에 있었다. "누군가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." 라는 생각을 하고 개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까지 생각하게 되었다. 내 코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하여 더 편하게 소통하고 싶다. 앞으로도 동료들도 내 코드를 읽는 고객이라 생각하며 개발할 것이다.

 

 

수많은 고객을 만족시키기

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한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수많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다.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받는 서비스는 근본적인 설계부터 달라진다. 사용자 수가 적을 때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문제들이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계속 생겨난다. 결국, 내가 원하는 것은 더 많은 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다. 수많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야 할 공부들이 넘쳐난다. 내 서비스의 사용자들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수천만 명의 고객도 서비스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될 것이다.


또, 시작

이미 시작했고, 지금은 또 다른 시작이다. 기술을 가지고 싶어 했고, 지금은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추었다.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 또한 아직 가지고 있다. 그리고 내 블로그에 적힌 글귀처럼 이 열정은 차갑고 잔잔하게 유지하려고 한다.

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내 행복이라면, 무엇이 먼저였을까. 답은 아직 모르겠다. 정말 많은 사람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다 보면,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.